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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Cherry Blossoms - Hanami)

 


늙은 노부부에게 남겨진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들만의 여러가지 추억들

그리고 나이가 들어버린 자식들...

그러다 누군가에게 죽음이 찾아오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루디의 아내 트루디는 남편의 암 말기 선고를 받지만 이를 비밀에 부친 채

남편을 위해 여행을 갈 것을 촉구한다.

 



 <둘만의 여행을 즐기는 루디와 트루디>



자식들을 만나러 베를린으로

그렇게 가고자 염원하던 일본으로,

그러나 루디는 이런 것들을 귀찮아하며 이후 정년이 되면

시간이 많을 터이니 그 때 하자고 타이르기 바쁘다.

 

아내의 설득에 못이겨 자식들을 만나러 간 부부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귀찮아 하는 자식들과, 그들의 불편어린 시선들이다.

하루 돌보는 것도 벅찮아 하는 딸,

우리도 바빠 죽겠다는 식으로 투정하는 아들 부부.

 

그들의 행동을 눈치챈 트루디는 자기들만의 여행을

바다로 가자고 루디를 보챈다.

  

파도소리에 잠을 못이루겠다고 불평하는 루디,

그리고 그런 루디를 타이르며 함께 춤추고 즐기길 원하는 트루디.

 

그날 밤을 그렇게 지새고 나서 트루디는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어젯밤 시끄럽게 쳐대던 파도소리가 고요해졌다며 트루디를 깨우던 루디

그 파도처럼 루디는 고요하게 잠들어 버린 것이다.

 

평생을 둘만의 공간에서 살아온 노부부였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 챙겨주고 아껴주고 보살펴온 존재.

자신을 희생해가며 가족들을 아껴봐주던 아내였기에                                                 

루디의 슬픔은 더욱더 크다.

장례를 치르는 중에 바다를 보며

"정말 고요하군...." 이라며 씁쓸하게 내뱉는 그의 말은 사무치도록 슬프게 들렸다.

 

그러나 그의 그런 슬픔을

자식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남아있는 것이 '아버지'임을 불평하고 서로에게 미루며

마치 '짐'이 하나 생긴 듯한 행동을 취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어머니'와의 관계는 자식들과 매우 친밀하다

어렸을때 부터 보아오던 이미지가 있고 함께해온 시간들이 있기에

힘든 일이 있어도 의지하게 되는 상대는 어머니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대화를 하게 되는 어머니이다.

그럴 수 밖에 가족 내에서 아버지는 도태되어 가고 외롭게 고립되어 가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족들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의 '루디'또한 다른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다.

미래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일까

아니면 아버지에 대한 내 태도가 오버랩되어서일까

이부분에 감정이입이 되서 또 울컥 [..]

 

그 속에서 스스로가 짐이 될걸 안 루디는

크게 염려하지 말라며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에서 외로움에 지쳐가던 그는

아내의 흔적들을 가지고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아버지를 귀찮아하며 상대를 해주지 않는 아들을 뒤로한채

그는 길거리를 나돌게 된다.

처음에 외로움을 잊기 위해 스트립바 등등을 찾아가던 그는

반지를 보며 결혼하셨냐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듣고

반지를 본 채 크게 오열한다.

 

그에게 남겨진 그녀란 이젠 반지 밖에 없는 것이다.

잊어보려고 해도 언제나 손가락 언저리에 자리한 그녀의 존재이기에

그는 이제 잊으려 노력하지 않고, 그녀의 존재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이미 죽은 아내이기에 그녀를 '찾겠다'라는 말은 뭔가 모순되어 보인다.

그러나 그가 찾아가는 것은 그가 구속해왔던 '그녀'의 진정한 모습이다.

 

 


나중에 '유'라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에게 아내를 표현할 때

야생 고양이를 닮았다고 한다.

 

"철창에 갇힌 야생 고양이..."

 

그녀의 아내는 부토 댄스라고 하는 일본의 고전 무용을 배우고 싶어 했다.

자신이 가장 아끼던 아들을 만나러 일본에 가서 말이다.

그러나 그는 기괴한 부토춤에의 거부감도 지녔던 듯 하고..;

정년 이후에 가면 될 것이라고,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고 여겨 그녀를 억압했었다.

 

일본으로 오게 된 연유 또한 역시 그녀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원했던 삶을 찾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그녀의 옷을 가져오고

그녀의 옷을 곁에 두고 잠들기도 하고

그녀의 옷을 함께 입고 거리를 떠돌아 다니면서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을 통해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을 사죄하며 함께 시간을 공유하기를 원했던 것일까.

 

어쨌든 그는 그녀를 자신과 동일시 하며 일본의 길거리를 배회하게 되고

그러다 '유'라는 부토 댄서를 만나게 된다.

 

 

 

                      < 유와 루디의 양배추말이 모드 [.... ] >

 

 

 '유'는 오갈 곳 없어 텐트에서 생활하는 부토 댄서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루디의 눈에 띄어

루디는 호기심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낸다.

 

"'부토' 는 그림자의 댄스예요, 내가 추는게 아니라 그림자가 추는 거지요."

(대화 그대로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

그림자를 통해 죽은 사람과도 교류가 가능하다는 유

전화기를 이용한 댄스가 그녀의 엄마와 교류하기 위함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댄스를 가리키다 루디의 윗옷을 벗기던 유는

루디가 그의 아내의 옷을 안에 덧 입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그에게 흥미를 느껴서일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었던 탓일까 그렇게 그 둘은

잦은 만남들을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루디는 아내가 느꼈던 꿈과 소망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아들이 독일에 있는 형제들에게
이젠 당신들 차례라고 아버지가 지겨워 죽겠다고

투정부리고 짜증내는 것을 엿듣게 된다.

조금만 더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루디.

 

그리고 그는 최후의 결심을 하고 트루디가 그렇게 가고파 하던
후지산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들이 같이 가주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그는 짐을 싸들고 나와 유에게 가서
함께 여행을 가 줄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그들이 찾아간 후지산은
구름에 가리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도 보이지 않는 후지산.
그러다 루디는 급작스레 진통이 찾아와 쓰러지게 된다.

그렇게 하루를 진통에 괴로워하다 잠에서 깬 루디는
창밖을 열게 된다.

 

그리고 훤히 드러나게 된 후지산.

 

모두들 후지산의 광경에 압도되어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작은 창문속의 후지산을 바라본 루디 본인이 아마 가장 감동했으리라..

하얗게 분칠을 하고 그녀의 옷을 입은 채로
루디는 밖으로 뛰쳐 나간다.

강가에서 부토댄스를 추며,
아내와 드디어 일체가 된 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루디.

 

영화 시작전에 트루디가

일본에 가는 것은 그와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가 춤을 출 때 아내와 함께 춤을 추는 것도
이러한 사랑의 완성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또한 함께한 이후 죽음을 통해 
이 둘의 사랑 또한 이렇게 하여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진정한 사랑이 완성됨을 알려준 것이 아닐까

 

 

하루살이의 하루의 삶은 천국

그들의 비행은 행복이라는

영화속 대사가 있었다.

 

일상의 보잘 것 없는 나날들이라도

누군가에겐 바라마지 않는 행복한 순간인지 모른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노부부였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더 뼈저리게 느껴진다.

 

죽기전에 특별한 일을 하기보단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죽고 싶다던 루디의 말이 있었다.

어쩌면  사실 이미 일상 자체가 특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

멸시받고 무시당하더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일.

타인을 위해 누군가에게 희생할 줄 아는 일 등이 말이다.

 

쓰고 싶은 말들도 많고

할말들도 많았는데

왜케 막상 쓰려니 힘든건지 에효 -_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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