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Book

[정치/사회] 일베의 사상

Kalrensis 2015. 2. 27. 12:21


일베의 사상
국내도서
저자 : 박가분
출판 : 오월의봄 2013.10.30
상세보기


1


개인적으로 일간베스트를 들어가본적도 없는 지인들 중에서도 일베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감과 증오를 표출하는 이들을 몇몇 알고 있다.


타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나 루리웹 등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편가르기식 혐오인건지,

아니면 기사나 여러가지 사건과 뉴스들을 통해 보이는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존재 자체의 혐오인건지는

자세히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내 주변에서 소위 일베를 한다는 일밍아웃을 하거나

이러한 것들을 본격적으로 즐기는 사람을 본적은 없다.


여튼 나 또한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것 일종의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기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는데,


누나가 이사를 빙자해 보낸 수많은 책들 중 이 책이 먼저 눈이 가게 된 데에는 

소위 그 '일베'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이라고 해야하나..

도대체 무슨 심리에서 무슨 생각에서 저러한 행동들을 할까? 하는 

기저의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요새 드는 생각으로는 자꾸 입에 오르내리고 그들을 상대할수록 일베의 대한 행동이나 여러가지 것들이

더욱더 도드라지게 느껴지는데, 이는 네거티브 어필.. 이라고 해야되나 안티가 늘어나긴 하지만, 그만큼

늘어나는 그들의 활약(?)상 덕에 관련 세력들 또한 함께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주는 첫 인상은 철학 쪽, 정치적 사상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

그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독자 입장에서는 꽤나 읽기 껄끄럽다 였다.

물론 기본적인 이론적 배경들과 내용들에 대한 언급을 해주고는 있어 큰 문제는 없다만

최근 서적을 등한시 했던 나에게는 중간중간 속도에 제동을 거는 요소들이 있었달까;;


청년 논객으로 알려진 저자 박가분 (http://blog.naver.com/paxwonik)씨 자체가 여러가지 비평과 논평으로

파워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신 분이고 블로그를 가보니 이러한 필체로 쓰시는게 일상화 되신 분인 듯한데-


무적스쿨을 다니면서 외국어를 쓰든, 한국어를 쓰든 언어는 계급의 일종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읽고 많은 것을 언어와 생활속에 녹아내라는 말씀을 불현 듯 여기서 새삼 이해하게 되었는데

논지나 자신의 사상을 글로나 혹은 언어로써 표현할 때는 그만큼 다양한 지식이 있어야 이를 최대한 디테일하게 써내려가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저자의 말이 무조건 옳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2



여하튼 일베라는 커뮤니티에 대해 궁금해진 루리웹을 즐겨 찾던 한 청년이 일베를 겪으며 느낀바에 따르면,

일베에도 사상이 존재하기에 저렇듯 나름의 구심점을 지니고 커뮤니티가 왕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잔혹한 유머 역시도 일종의 아이러니인 탓에 외면적인 진지함을 경멸함으로써 역으로 자신의 내적인 진지함과

인정욕구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p.17)


이 책 저자는 심리적 동기같은 것들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상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언급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심리학과인 나에게는 자신들의 인정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형태로 표출하는 이유나

그들의 인정욕구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충족시키려는 이유의 저변에 있는 근원적인 요소들이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지만, 이에 대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점은 조금은 아쉬웠다.


대뜸 일베에 들어가 눈대중을 하고 여러가지를 살펴본다고 이러한 것들이 충족될지도 모르겠으니 

후에 이부분은 알아서 .. 해야하려나...


여튼 책은 크게 3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일베가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그리고 일베의 사상은 무엇인가,

그리고 일베와 한국 사회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3


말 그대로 초기 파트는 일베의 전신은 어디인가에서 부터 

(DC인사이드의 일부 게시판들의 베스트 자료를 보관하던 곳에서 부터 독립되기 시작)

일베가 탄생하기 시작할 즈음에 팽배했던 인터넷의 주요 문화들에 대한 것, 

그리고 일베의 특수성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재미있었던 부분은 당시에서부터 지금껏 일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p.46 코갤 시절 인터넷 문화의 맹아
1. 잉여 문화와 막장 문화
자신의 게시물을 차별화하고 보다 재밌게 보이기 위해서는 더 막장이어야 하고
이러한 자조적이고 자기 비하적인 표현 양태는 인터넷 커뮤니티 상주자들이 스스로 잉여라고 지칭하는 것과도 연관 되어 있다.
이만하면 나는 정상이다 라는 안도감을 주어 묘한 호혜적 동류의식을 얻는다.

2. 병맛 문화
단순히 한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넘어서 의식적으로 일상적인 도덕적 관념과 미적 감각에 위배되는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 
과거 슐레겔, 노발리스와 같은 낭만파에 주창된 낭만적 아이러니
스스로 통상적인 관습과 상식 그리고 의미지평을 넘어선 행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짐짓 모르는 척 하는 태도
ex)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카뮈 <이방인>

3. 관심병 문화
우스운 짤방을 만들거나 재창작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목받는 한편 금방 잊혀진다.
인정받기 위해 필사적이게 되는 분위기가 생겨난다.
일부러 위악적인 '컨셉'을 잡거나 상대를 조롱조로 희화화하는 짤방을 만드는 것도 이 연장선
인터넷에서 모두가 잠재적인 관심병 종자인 셈이다.

메모를 해둔 부분을 따온 것인데, 스스로를 격하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상호간 비교를 통해서

우월적 자존감을 회복하는 잉여문화나 다른 이들로부터의 지지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관심병 문화를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존재 확인, 관심에 대한 갈망 등이 느껴졌다.


저자의 말마따나, 현재 모든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관심병 문화가 존재한다.

특히 SNS를 한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대해 격하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매체의 발달로 즉각적인 피드백과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으로써 얻게되는 만족감이 크지만,

중독처럼 이러한 것들이 중단되었을 때 느끼는 어떠한 금단현상 같은 것이 존재하여

일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베의 특수성 중 하나는 희화화의 대상에 '성역'이라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혐오 발언을 하는 것도 일종의 문화적 권리로 생각하는 사고방식 탓에

'누군가의 정체성을 혐오할 권리' 가 내재되어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는데,

성별, 지역, 정치적 지향에 대한 혐오감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해방구로 기능하기에

일베 유저들의 인기를 끄는 요소가 무엇인지는 일부 알 것도 같다.


저자가 말하는 일베의 표현방식에서도 특수성이 존재하는데,
페이스북에서나 다른 SNS에서 올라오는 과시적인 '나' 기만적인 '나'는 
현실세계의 연장성을 일부 내포하기 때문에 비록 보여지는 것들이 허구임을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좋아요를 누르고 이를 일부 인정해준다고 할 수 있지만

일베가 올라오는 믿기 힘든 인증 사고들에 대해서는 이러한 현실세계의 연장으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이에 저자는 일베의 이러한 행동들을 미학적 행위라고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었는데,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저서 <미학 안의 불편함> 처럼 미학이란 것은 원래 불편한 것이랜다;; 

p.159
미학이란 무엇이 자족적인 예술이고 무엇이 일상적인 비예술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식별 체제에서 발생한 혼란스러운 변동을 의미. 미학은 예술이 담지하고 있는 감각적 자율성을 일상의 감각적인 비예술적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키는 데서 성립한다. 여기서부터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는 더 이상 자명한 것이 아니게 된다.

위의 저자의 의견이란다.. 일단 스킵하고-

여튼 인터넷에서의 나와 사회적 예의범절이 통합된 현실의 자아는 다르다. 
일베에서 조차 소개팅 등에서 소위 일밍아웃한 사람들을 비판한다.
이렇듯 일베는 바깥에서 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하는 미학적 공동체라는 것이다.

한 때 일베를 하는 유저들을 상대적으로 사회적 불만세력이 많고 이를 표출할 곳이 적은
어린 세대로 규정한 적이 있었지만, 학벌이나 직업 인증 등등을 하게 될 경우 생각보다 
번듯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진실 여부가 좀 불명확한지; 그런것까진 잘모르겠다만)
그러한 점에서 미루어 볼 때는 억압되있던 것들을 발산할 곳으로써 기능을 하고,
그에 대한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장소를 제공한 것이 아닐까?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현실세계의 부재.
속에 내재되어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나 대상의 부재 등등
결국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비단 일베뿐만이 아니라)를 야기하는 것은
결국 현실세계에서 어떠한 결핍에서 기인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최근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인터넷을 주로 하게되는 시기를 잘 생각하보면 
무언가 나의 힘듬을 위로받고 싶어지거나 그 힘들어 하게 만든 대상에게 보여지고자 할때,
아니면 과시적인 성격의 좋은일이 있을 때가 많다.
두 가지 형태 현실에서 충분한 정도의 관심과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여기기에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책의 후반부는 하버마스의 공론장과, 데이터베이스화 되는 사회, 맑스 등등의 
내가 다루기에는 약간 버거운 내용들이기에 다음기회로 미루고 싶다;;


여튼 저자는 촛불시위와 일배를 쌍생아로 규정한다. 

p.236
하지만 일베 유저들이 광장이나 거리로 나가서
자신의 권리주장을 내세우기 보다 그러한 타인을 조롱하는데 더 치중하는 이유는 나아가 
자신의 이상을 철저히 몰이상의 형태로 포장하는 이유는 인터넷= 광장에서의 이상을
현실에서 무리하게 실현시키려 할 때 결과적으로 입게될 상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상을 현실의 국가와 시민사회에서 실현시키려 할 경우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의 레벨 사이의 괴리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상이 타인에 의해 희화화 되어 버리는 결과를보며
상처를 입기 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희화화되고 뒤틀린 형태로 자신의 이상을 표명하는 편이 낫다.


4

문학같은 경우에는 전반적인 스토리 요약 + 감상 정도가 주가 되는데,
이러한 류의 책은 어떻게 포스팅을 해야할 지 잘 감이 안오는 탓에 이래저래 붕 뜨는 소리만
늘어놓은건 아닌가 모르겠다;

뭔가 체크하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특정 부분은 메모도 해가며 읽었지만
사실 이것만으로 일베의 모든 것을 포괄해서 설명하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른 블로그를 일부 찾아보았을 때에는 일베가 일으킨 사건의 문제점들에 대한 점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일베의 사상, 미시적인 일간베스트저장소 분석 (http://arthurjung.tistory.com/377)

뭐 개인적으로는 일베가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었으며,
새로운 시각으로써 일베를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괜찮은 책이었던 것 같다.

일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그 공론장으로써의 기능이나, 앞으로의 방향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그래도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적 관심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용자들의 동기.공격성 등등의 심리내적 요인이라 
이부분에 대한 서적이나 다른 내용이 있다면 한번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래는 K대에서 저자와의 대화 인터뷰한 내용-

[저자와의 대화] 박가분, 『일베의 사상』 /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

http://www.koreapas.com/bbs/view.php?id=kutimes&no=4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