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Ego

나에게 쓰는 편지

Kalrensis 2015. 9. 21. 08:56


외로워 하고 있는 '나' 에게


그 동안 여러가지 감정적인 찌끄러기나, 힘들었던 이야기 들을 글로 풀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데에는 아마 아직 그 상처들과 여전히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 내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일거야.

그럼에도 조금은 용기를 내서 글을 적어보고자 하는 이유는


상담과정에서 선생님께서 외로워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과제를 주셨기 때문..

그러니 여느때의 나처럼 두서없이 또 그냥 감정이 흘러가는 데로, 아무글이나 쓰려고 하니

너도 조금은 참아 주길 바라.


뭐랄까 마지막 회기 때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마음이 참 느리죠? 라고 하셨던 말씀과

스스로에 대한 인정을 해주라는 이야기였을거야.


인정하라는 것에는 아마

내가 느끼는 인간은 원천적으로 고독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과

그 이면에 외롭고 싶어하지 않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최근에야 인식했다는 것

하지만 난 여전히 머리로 의식하고 인식하고 있는데, 그것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잘 모르겠어.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 아이랑 헤어지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을 가졌는데

그 중 하나는 지금껏 이별에선 핑계를 댈 만한 귀인요소가 있었는데 이번엔 그게 없더라.

지금은 온전히 내 책임, 내가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미련과 자책, 후회가 남아있어서인지

아니면 종국엔 서로에게 상흔을 남겼고 거기서 베어나오는 통증 때문인지

언젠가부턴 사람을 더 멀리하게 되버렸지.


사실 사람을 멀리하게 된 계기는 진로를 결정하면서

아 취업쪽으로 방향을 정해야겠구나 느꼈을 때 준비한것도, 마땅한 능력도 없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던 박탈감, 뒤로 쳐져있다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나를 좀먹어 갔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비교당하는게 싫어서 기피하게 되었고 그 친구 이외엔 다른 사람들은 거의 만나지 않고 살아갔었고..

하지만, 여유를 잃어가던 나에겐 그 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 응원해주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채

그렇게 스스로를 옥죄어갔고, 그렇게 조금씩 사라진 마음의 여유는 공허감과 더한 외로움을 가져다주었지.

그렇게 난 더 많은 실수를 만들고, 내 중심적이게 되어갔었지.


이별이 찾아왔었고

그때의 감정은 뭐랄까.. 무언가 내 한 시절을 도려낸 듯한 심한 상실감

공허하다는 말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내 잘못 내 실수로 헤어졌구나 하고 생각하니 나는 더 작아졌고,

그렇게 낮아진 내 자존감은 사람들을 더 기피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

그렇게 기피하면서 빠졌던 체중이

스트레스로 먹는 것들로 푼다거나 과음을 한다거나 하면서 늘어나니까

이 또한 사람을 기피하게 만든 것 같다고 생각해.


그렇게 혼자인 채로 지내다 보니까 자취하면서 보냈던 수많은 밤 들 처럼

아주 어릴 때 늦게 귀가하는 부모님을 기다리면서 홀로 보냈던 시간들 처럼

혼자인 시간은 항상 내 곁에 있어왔고,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


너무 힘들어 무슨 일 있냐 괜찮냐 라는 말을 듣고 싶어 집에 갔을 때

내 얼굴에서 아무것도 읽어내시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홀로 상처 받으면서

그렇게 가족에게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고,

내가 홀로 있고자 피하는 관계에서는 아마 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싫고

아직도 잊지 못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이제는 잊어야 한다는 충고식의 조언만 들려오는 것도 싫으니

그렇게 그냥 그래 다 내가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되는거야 하면서 


서서히 더 마음을 닫고 닫고 조용히 내 안으로 안으로 문제를 가져다 놓고선

상처를 찾아 약을 바르고 하면서 너를 돌보아 주는 것보다

그 상처를 외면해오는 데에 치중해왔던 것 같아.


머리로는 지금 해야할 것들 준비해야하는 것들로 꽉 차있고 조급한데

계속해서 사라지는 의지와 끊임없이 찾아오는 공허감과 무기력.

아직까지 잔재하는 감정들.


마음이 참 느리죠 라는 말이 계속해서 억누르던 내 감정을 무너뜨렸던 건..

외면해왔던 내 마음들에 대해 미안해서였을까

아니면 누구에게도 비춰주지 않고 홀로 묵혀두기만 했던 상처를 조금이나마 알아주어서

그게 그렇게 감동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불현 듯 드는 건

아 내가 아직 힘든데 누가 나 좀 돌아보고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구나 라는 것.


예전 바쁘지 않었던 친구들 틈에서 늘어놓던 푸념이

그 아이가 안아줫을 때의 온기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같이 웃을 때의 행복감

그러한 것들을 여전히 그리워 하고 있구나.


혼자 있고 싶어하는 건 혼자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상처를 주지도 받고 싶지 않은건지

너에게 물어보고 싶구나.


사실 상담때 외로워 하고 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냐고 물었을 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었고 지금도 사실 그래.

힘내

이 말은 스스로도 지인들에게서도 수십번 수백번도 더 들었던 말이고 

결국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마음이 더디구나, 그래서 아직 참 힘들어하고 있구나 하는 위로 하고픈 감정 사이로

그래서 언제까지 힘들어하고만 있을래 하고 있는 다른 내가 있으니까

나 조차 나를 숨막히게 하고 있는 거이려나.


갈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데 나마저 널 외면하고 있었으니

참 안됐다.. 그래서 참 마음이 안좋구나.


아직 방법도 잘 모르겠고, 진심인지를 나조차 잘 모르겠지만

나도 조금은 더 너를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싶어

그럴 수 있게, 조금더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조금 더 노력해줄 수 있겠니?


과거를 잊으라곤 하지 않을거야 

지금 껏 그래왔 듯 다 내 안에서 또 성장하는 바탕이 되어나갈거라는 것을 믿고 있으니까

충분히 쉬었다 싶어지면, 네가 조금 더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이젠 쉬었던 발걸음을 조금씩 떼어 나아갔으면 좋겠다.


외롭게 둬서 미안했고, 아프게 만들어서 미안했고,

찌질대기는 했어도 엇나가지 않아줘서 고마워.

'Eg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숙면이 필요해  (0) 2015.11.12
상담 종결-  (0) 2015.10.19
술술술-  (0) 2015.10.07
[시] 김소월 - 먼 후일  (0) 2015.09.20
비록 꿈이라지만  (0) 2015.02.24